창세기 38장 — 수치의 가문에서 이어진 메시아의 계보
요약
창세기 38장은 요셉의 이야기가 이어지던 흐름을 잠시 끊고, 요셉의 형 유다의 가정에서 일어난 부끄러운 사건을 기록합니다. 유다는 형제들을 떠나 아둘람 사람 히라와 어울리다가 가나안 여인과 결혼하여 엘·오난·셀라 세 아들을 얻지만, 맏아들 엘과 둘째 오난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악하여 잇달아 죽습니다. 며느리 다말은 셀라와 결혼시키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스스로 신분을 감추고 시아버지 유다를 통해 아이를 잉태하며, 그 일이 드러났을 때 유다는 "그 여자가 나보다 의롭다"고 자기 죄를 인정합니다. 다말은 쌍둥이 베레스와 세라를 낳는데, 이 부끄러운 가문에서 태어난 베레스를 통하여 훗날 그리스도의 계보가 이어집니다. 이 장은 사람의 죄와 실패를 가리지 않고 기록하면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어떻게 공로 없는 자리에까지 임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장의 흐름
- 1~5절 — 유다가 형제들을 떠나 아둘람 사람 히라와 어울리고, 가나안 사람 수아의 딸과 결혼하여 엘·오난·셀라를 낳음.
- 6~11절 — 맏아들 엘이 여호와께 죽임을 당하고, 형사취수의 의무를 거부한 오난도 죽음. 유다가 다말을 셀라 성장까지 친정에 대기시킴.
- 12~14절 — 유다의 아내가 죽고, 유다가 딤나로 양털을 깎으러 감. 다말이 과부 옷을 벗고 얼굴을 가려 길목에 앉음.
- 15~18절 — 유다가 다말을 창녀로 오인하여 도장·끈·지팡이를 담보로 주고 동침함. 다말이 임신함.
- 19~23절 — 유다가 친구 히라를 시켜 담보를 찾으려 하나 여자를 찾지 못함. 유다가 수치를 피하려고 추적을 그침.
- 24~26절 — 석 달 뒤 다말의 임신이 드러나 유다가 화형을 명함. 담보물이 증거가 되어 유다가 자기 죄를 인정함.
- 27~30절 — 다말이 쌍둥이 베레스와 세라를 낳음.
단락별 해설
1~5절 — 유다가 형제를 떠나 가나안에서 가정을 이룸
"그 무렵에 유다가 자기 형제들에게서 내려가, 히라라는 이름의 한 아둘람 사람에게로 들어갔다." (창세기 38장 1절)
유다가 형제들을 떠나 가나안 사람 친구와 어울린 그 자체가 "내리막길"의 시작이었습니다(1절).[헨리] 청년이 어떤 교제를 택하는가는 그의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문제입니다.[헨리] 이어진 결혼도 아버지 야곱의 주선이 아니라 새 친구 히라의 주선으로 이루어졌을 것입니다.[헨리] 유다가 가나안 여인과 맺어진 것은 에서가 이방 여인과 결혼한 일과 나란히 읽히며, 부적합한 결합에서 나온 자손이 훗날 악을 행한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습니다.[JFB] 옛 주석가들은 이 결혼을 "상인의 딸"과의 혼인으로 완화하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고, 아브라함의 자손에게 금지된 민족과 통혼한 명백한 죄로 보았습니다.[칼빈] 성도는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교제와 결합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정하신 경계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6~11절 — 엘과 오난의 죽음, 미루어진 약속
"그런데 유다의 맏아들 엘이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악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셨다." (창세기 38장 7절)
엘의 죽음은 하나님이 악인을 신속히 처리하시는 한 사례입니다(7절).[헨리] 이어 오난은 형의 후손을 잇게 하는 시동생의 의무, 곧 형사취수의 관습을 거부하다 그도 죽습니다(8~10절). 이 관습은 이때 이미 존재했고 훗날 모세 율법에 명문화된 관습의 첫 번째 예이며, 아직 율법으로 규정되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이 자연의 본능으로 지켜 온 것이었습니다.[JFB·칼빈] 오난의 죄는 단순한 성적 방종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조상이 될 수도 있었던 영예를 스스로 저버린 행위였습니다.[헨리] 그것은 가족의 희망을 소멸시키고 태어날 아들을 태어나기도 전에 죽이는 죄로서, 성령에 의해 가장 엄중히 정죄된 죄입니다.[칼빈] 유다는 두 아들의 죽음이 다말 탓이라는 부당한 의심을 품고 무고한 며느리에게 책임을 전가하였으니, 이는 변명할 수 없는 기만이었습니다(11절).[헨리·칼빈] 성도는 하나님의 손에서 오는 일의 원인을 사람에게 함부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12~14절 — 신분을 감추고 길목에 앉은 다말
"그러자 다말은 자기 과부의 옷을 벗고 너울로 자기를 가리고 몸을 감싼 뒤, 딤나로 가는 길가에 있는 에나임 입구에 앉았다. 이는 셀라가 다 자랐는데도 자기가 그의 아내로 주어지지 않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창세기 38장 14절)
딤나는 유다 산지에 있었고, 양털을 깎는 절기는 팔레스타인에서 명절 분위기의 성대한 잔치 기간이었습니다(12~13절).[JFB] 다말은 셀라가 다 자랐는데도 자기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을 보고 계획을 세웠습니다(14절). 옛 주석가들은 이 계획을 정욕이 아니라 시아버지를 꾸짖으려는 의도로 보았으나, 그 방법이 간음 못지않은 죄임을 함께 명시하였습니다.[칼빈] 정결하고자 하는 자는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다말의 행위 자체는 옹호되지 않습니다.[헨리] 다말이 얼굴을 가린 것은, 죄를 꾀하는 자에게도 수치심의 감각이 남아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입니다.[칼빈] 사람은 죄를 계획하면서도 그것을 감추려 하는 데서 자기 양심의 소리를 드러냅니다.
15~18절 — 담보로 넘겨진 도장과 끈과 지팡이
"유다가 그 여자를 보고 창녀로 여겼으니, 그가 자기 얼굴을 가렸기 때문이다." (창세기 38장 15절)
유다의 죄는 눈에서 시작되었습니다(15절).[헨리] 늙은 나이에도 정욕에 사로잡힌 그의 모습은 자기 절제의 필요성을 가르치는 경고가 됩니다.[칼빈] 새끼 염소 한 마리에 순결과 명예를 판 것은, 수천 마리 숫양으로도 갚을 수 없는 대가를 치른 어리석음이었습니다(17~18절).[헨리] 다말이 담보로 요구한 도장과 끈과 지팡이는 뒷날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18절). "팔찌"로 옮겨지기도 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실제로는 끈이나 띠를 가리키며, 도장은 끈으로 지팡이에 매여 있었을 것입니다.[JFB] 그 도장은 고대에 널리 쓰이던 인장 반지 형태로, 자기 이름을 물건에 찍어 소유를 증명하는 물건이었습니다.[풀핏] 눈에서 시작된 방심 하나가 명예를 담보 잡히는 자리로 이어졌으니, 성도는 마음의 문인 눈과 정욕을 늘 절제해야 합니다.
19~23절 — 죄보다 수치를 두려워한 유다
"유다가 말하였다. "우리가 수치를 당하지 않도록 그 여자가 그것을 가지게 하라. 보라, 내가 이 새끼 염소를 보냈으나 네가 그 여자를 찾지 못하였다."" (창세기 38장 23절)
유다는 친구 히라를 시켜 담보를 되찾으려 하였으나 여자를 찾지 못하자 추적을 그칩니다(20~23절). 그러나 그가 두려워한 것은 죄가 아니라 사람 앞의 수치였습니다(23절).[헨리] 그가 도장을 더 찾지 않은 것도 회개가 아니라, 세상의 평판을 하나님의 심판보다 더 두려워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칼빈] 이는 하나님 앞의 양심보다 사람 앞의 체면을 앞세우는 인간의 오랜 병입니다.[헨리] 성도는 사람의 눈을 피하는 것으로 죄를 덮으려 하지 말고, 먼저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살펴야 합니다.
24~26절 — "그 여자가 나보다 의롭다"
"유다가 그것들을 알아보고 말하였다. "그 여자가 나보다 의롭다. 이는 내가 그를 내 아들 셀라에게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다는 다시는 그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창세기 38장 26절)
석 달 뒤 다말의 임신이 드러나자 유다는 화형을 명합니다(24절). 족장 시대의 아버지들은 가족에 대한 큰 권한을 지녔고, 간음에 대한 화형은 고대 여러 곳에서 있었던 처벌 방식이었습니다.[JFB] 다만 유다가 사인(私人)으로서 사형을 직접 집행할 권한까지 가진 것은 아니며, 고발자로서 형벌을 선언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칼빈] 담보물이 제시되자 유다는 도장과 끈과 지팡이를 알아보고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자기 죄를 고백합니다(25~26절). "그 여자가 나보다 의롭다"는 이 자백과, 이후 다시는 그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은 것은 참된 회개의 증거입니다(26절).[헨리·칼빈·풀핏] 다른 이에게는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것이 사람의 이중성이지만, 죄를 즉시 인정하고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정직함의 표입니다.[칼빈] 한편 옛 주석가들은 다말이 메시아의 계보에 들려는 소망에서 행했을 가능성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그녀의 이름은 결국 그리스도의 족보에 오릅니다.[헨리] 성도는 죄가 드러났을 때 변명하기보다 즉시 자백하고 그 죄를 다시 짓지 않는 것이 마땅합니다.
27~30절 — 베레스와 세라의 출생
"그런데 그 아이가 손을 도로 들이는 순간, 보라, 그 형제가 나오니, 그 여자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네가 너 자신을 위하여 터뜨리고 나왔느냐?" 그러므로 그의 이름을 베레스라 하였다." (창세기 38장 29절)
다말은 쌍둥이를 낳는데, 먼저 손을 내밀어 붉은 실을 맨 아이가 도로 들어가고 그 형제가 먼저 나와 베레스, 곧 "터뜨림"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27~30절). 베레스가 세라를 제치고 먼저 태어난 이 장면은, 형제 사이의 다툼과 앞서려는 경쟁 일반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헨리] 쌍둥이의 남다른 출생은 부모를 겸손하게 하려는 하나님의 뜻이었으며, 자녀들은 부모의 불명예의 표시를 지니고 태어났습니다.[칼빈] 그럼에도 이 베레스에게서 왕과 메시아의 계보가 이어지니, 성도는 사람의 부끄러움조차 은혜의 통로로 삼으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연결된 말씀
- 마태복음 1장 — 이 장에서 태어난 베레스와 다말의 이름이 그리스도의 족보에 오른 것을 보여 주는 말씀으로, 주석들이 이 장의 신학적 핵심으로 함께 인용합니다.
- 신명기 25장 — 오난이 거부한 형사취수의 의무가 훗날 율법으로 명문화된 조항으로, 8절의 관습이 이 규정의 첫 번째 예임을 밝혀 줍니다.
- 히브리서 7장 — 그리스도가 유다 지파에서 나셨음을 증언하는 말씀으로, 이 장이 유다 가문을 기록한 이유를 밝혀 줍니다.
- 창세기 26장 — 에서가 이방 여인과 결혼한 사건과 나란히 읽히며, 유다의 가나안 통혼이 부른 결과를 비추어 줍니다.
마무리
창세기 38장의 중심은, 큰 수치를 남긴 가문에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끊기지 않고 메시아의 계보를 이어 가신다는 사실입니다. 다섯 주석은 모두 이 장이 유다 가문의 불명예를 감추지 않고 기록하면서도, 바로 그 가문의 베레스에게서 그리스도가 나신다는 데에 신학의 핵심을 둡니다.[공통] 이 기록이 성경에 있는 것은, 아무도 자기를 의롭다 하지 못하도록, 또 아무도 절망하지 않도록, 그리고 이방인도 그리스도의 형제와 자매임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입니다.[풀핏] 유다가 즉시 자기 죄를 자백하고 다시 죄를 되풀이하지 않은 것은 참된 회개의 본이 됩니다.[헨리] 그러므로 성도는 두 가지를 붙들어야 합니다. 첫째, 죄를 사람의 눈으로 덮으려 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자백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둘째,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긍휼로 구원의 계보에 들게 되었음을 알아, 낮은 자리에서도 그 은혜를 신뢰해야 합니다. 사람의 실패가 하나님의 목적을 무너뜨리지 못하니, 믿음의 사람은 부끄러운 자리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