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3장 — 원수를 형제로 바꾸시는 하나님
요약
창세기는 성경 전체의 첫 책이고, 모세가 기록했습니다. 바로 앞 32장에서 야곱은 얍복 나루에서 하나님과 씨름하여 이겼습니다. 33장은 그 야곱이 이번에는 사람인 형 에서를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힘으로 야곱은 사람에게도 힘을 발휘하고, 원수처럼 다가오던 에서의 마음은 누그러집니다. 20년 전 장자권과 축복을 두고 갈라섰던 두 형제가 끌어안고 함께 웁니다. 야곱은 에서에게 예물을 받아 달라 권하고, 함께 가자는 제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헤어진 뒤 야곱은 숙곳을 지나 세겜에 평안히 이르러 밭을 사고 제단을 쌓습니다. 이 장이 선언하는 핵심은 분명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쥐고 계신 하나님이 원수를 형제로 바꾸신다는 것입니다.
장의 흐름
- 1~4절 — 사백 명을 거느린 에서의 접근, 야곱의 가족 배치와 일곱 번 절, 그리고 달려와 끌어안는 재회.
- 5~11절 — 여인과 자녀들의 인사, 하나님이 주신 자녀라는 대답, 사양과 간청 끝에 받아들여진 예물.
- 12~15절 — 함께 가자는 에서의 제안과 호위 제안을, 연약한 식솔을 이유로 정중히 사양하는 야곱.
- 16~20절 — 세일로 돌아간 에서, 숙곳과 세겜에 정착한 야곱, 밭 매입과 제단 엘엘로헤이스라엘.
단락별 해설
1~4절 — 원수가 달려와 끌어안다
"그리고 자기는 그들 앞에 나아가, 형에게 가까이 이를 때까지 땅에 일곱 번 몸을 굽혀 절하였다." (창세기 33장 3절)
야곱이 눈을 들어 에서를 보았습니다(1절). 이것은 낙담이 아니라 기쁨과 자신감의 표현이었습니다.[헨리] 기도로 자기 처지를 하나님께 맡긴 사람은 결과가 어떻든 평온히 앞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헨리] 그러나 마음이 완전히 편했던 것은 아닙니다. 에서가 다가오자 야곱의 두려움은 오히려 새로워지고 커졌습니다(1절).[칼빈] 잔인했던 형이 갑자기 온화해졌으리라 믿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칼빈] 그래서 야곱은 두 여종과 자녀를 맨 앞에, 가장 아끼는 라헬과 요셉을 맨 뒤에 두었습니다(2절).[JFB] 위험에 가장 덜 노출되게 하려는 배치였습니다.[JFB]
야곱은 형에게 다가가며 땅에 일곱 번 몸을 굽혀 절했습니다(3절). 이것은 윗사람에게 상체를 땅과 평행이 되도록 굽히고 몇 걸음 나아가기를 반복하는 동방의 존경 인사였습니다.[JFB·풀핏] 그런데 칼빈은 이를 다르게 봅니다. 절이 형에게 닿기도 전에 시작되었으므로, 실제로는 하나님께 드린 경배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3절).[칼빈] 그때 에서가 달려와 야곱을 끌어안았습니다(4절).
"에서가 달려와 야곱을 맞이하여 끌어안고,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니, 두 사람이 함께 울었다." (창세기 33장 4절)
에서의 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어디서 왔을까요. 예물이나 절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진짜 원인은 하나님의 조용한 은혜였습니다.[공통] 하나님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손에 쥐고 계시며 원수를 순식간에 친구로 바꾸십니다.[헨리] 버림받은 자 안에도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가 우세하여, 사람들은 서로의 파멸로 격렬히 달려들지 않습니다.[칼빈] 두 사람이 함께 운 것에도 뜻이 있습니다(4절). 야곱은 형에게 받아들여진 기쁨으로, 에서는 형제를 향했던 나쁜 계획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울었습니다.[헨리]
5~11절 — 하나님이 주신 자녀와 예물
"에서가 눈을 들어 여인들과 아이들을 보고 물었다. "너와 함께 있는 이들은 누구냐?" 야곱이 대답하였다. "하나님께서 주의 종에게 은혜로 주신 자녀들입니다."" (창세기 33장 5절)
에서가 함께 있는 이들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5절). 세속적인 사람이라면 "내 자녀들"이라 답해도 충분한 질문이었습니다.[헨리] 그러나 야곱은 경건한 사람이었기에 평범한 질문에도 경건한 언어로 답했습니다(5절).[헨리·JFB] 자녀는 내 힘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거저 주신 선물이기 때문입니다.[헨리·칼빈] 이어서 두 여종과 레아와 라헬이 자녀와 함께 차례로 나아와 절했습니다(6절, 7절). 가장이 예의를 표할 때 온 가족이 함께 예의를 표하는 것이 마땅합니다.[헨리]
에서는 넉넉히 있다며 예물을 사양했습니다(9절).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제 주께 은혜를 입었거든, 부디 제 손에서 이 예물을 받아 주십시오. 제가 형님의 얼굴을 뵙는 것이 마치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것 같으며, 형님께서 저를 기쁘게 받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33장 10절)
야곱은 형에게 예물을 받아 달라고 간곡히 권했습니다(10절, 11절). 그 근거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형의 얼굴을 뵙는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것 같다는 감사였습니다(10절).[헨리] 이것은 아첨이 아니라, 탁월한 것은 무엇이든 신성하다고 부르는 히브리 사람의 관례적 표현이었습니다.[칼빈] 야곱은 형의 우호적인 영접에서 기도 응답의 표징을 보았습니다.[헨리·풀핏] 다른 하나는 하나님이 자기에게 넉넉히 베푸셨다는 감사였습니다(11절).[헨리] 동방에서 윗사람이 선물을 받는 것은 화해의 증거였으므로, 에서가 받아들인 것은 우정의 확증이었습니다.[JFB·풀핏]
12~15절 — 정중히 사양한 동행
"부디 내 주께서 종보다 앞서 가십시오. 저는 앞서가는 가축의 걸음과 아이들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인도하여, 세일에 계신 내 주께로 가겠습니다." (창세기 33장 14절)
에서가 함께 길을 떠나 가자고 제안했습니다(12절). 야곱은 아이들이 연약하고 가축에 새끼가 딸려 있다며 정중히 사양했습니다(13절, 14절). 연약한 것을 과하게 몰지 않으려는 이 신중함은 선한 목자의 배려를 본받아야 할 모범입니다.[헨리] 야곱이 제안을 받지 않은 데에는 더 깊은 이유도 있었습니다. 두 형제는 정신과 성품과 습관이 너무 달라, 한 사람은 세속적이고 한 사람은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JFB] 그래서 새로운 충돌의 기회를 조심스레 피한 것이지 배신을 의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칼빈] 야곱은 에서가 남겨 주겠다는 호위도 사양했습니다(15절). 하나님을 팔로 삼은 사람은 육신의 팔에 의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헨리]
16~20절 — 숙곳을 지나 세겜의 제단
에서는 그날로 세일로 돌아갔고, 야곱은 숙곳으로 가서 집과 우릿간을 지었습니다(16절, 17절). 숙곳은 "초막"이라는 뜻입니다.[JFB·칼빈] 후손들이 훗날 돌집에 살게 되었을 때도, 조상이 초막에 만족했던 방랑하는 아람 사람이었음을 기억하게 하는 이름이었습니다.[헨리·JFB] 야곱은 이어서 세겜 성에 평안히 이르렀습니다(18절). 질병과 위험은 건강과 안전의 소중함을 가르치므로, 우리의 출입이 보존되었을 때 감사로 마음을 넓혀야 합니다.[헨리] 이로써 야곱은 가나안에서 땅을 소유한 첫 번째 족장이 되었습니다.[JFB]
"그리고 그곳에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하였다." (창세기 33장 20절)
야곱은 장막을 친 밭을 은 백 닢에 사들였습니다(19절). 가나안은 약속으로 이미 그의 것이었지만, 소유를 취할 때가 아니었으므로 값을 치르고 샀습니다.[헨리] 은혜는 지배권의 기초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헨리] 작은 값만 치른 이 거래에는 탐욕이 없었습니다.[칼빈] 마지막으로 야곱은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했습니다(20절). 제단은 섭리적 인도에 대한 감사이자 가족 안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헨리·칼빈] "엘엘로헤이스라엘"은 유일하신 하나님이자 자신과 언약 맺으신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드린 이름입니다.[헨리] 신자는 이런 표징에서 출발하여 하나님이 나타나신 분임을 경건히 압니다.[칼빈]
연결된 말씀
- 잠언 16장 — "사람의 행실이 여호와를 기쁘시게 하면 원수도 화평하게 하신다"라는 말씀. 에서의 변화(4절)를 하나님의 조용한 은혜로 읽는 근거입니다.
- 사무엘상 1장 — 기도한 뒤 얼굴에 다시는 근심이 없던 한나. 처지를 하나님께 맡긴 야곱이 평온히 앞을 바라본 모습(1절)과 이어집니다.
- 창세기 4장 — 하나님이 가인에게 "네가 그를 다스리리라" 하신 말씀. 야곱이 형에게 예의를 갖춰 절한 처신(3절)의 배경입니다.
- 이사야 40장 — 어린양을 품에 안고 젖 먹이는 것을 살살 인도하시는 목자. 연약한 식솔을 몰지 않은 야곱의 배려(14절)가 본받는 모범입니다.
- 신명기 26장 — "내 조상은 방랑하는 아람 사람이었다"라는 고백. 초막에 머문 숙곳(17절)이 후손에게 남긴 기억입니다.
- 히브리서 12장 —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를 바라보라는 말씀. 인도자가 다른 두 형제가 함께 걷지 않은 이유(12절)를 비춥니다.
마무리
창세기 33장은 원수도 순식간에 친구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 줍니다.[공통] 야곱을 두렵게 했던 형은, 하나님이 그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자 달려와 목을 껴안았습니다.[헨리] 그리고 그 화해는 지난 일을 들추지 않고 겸손히 예의를 갖추는 데서 완성되었습니다.[헨리] 학교에서 틀어진 친구나 다시 마주치기 두려운 사람이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그 관계를 바꾸시는 분은 결국 내 말솜씨가 아니라, 마음을 쥐고 계신 하나님이십니다.[헨리] 그렇다고 내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야곱처럼 먼저 몸을 낮추고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는 두려운 관계를 하나님께 맡기고,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사람인가요? 그리고 좋은 일을 만났을 때, 야곱처럼 그것을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여기며 감사하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