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5장 — 믿음으로 세운 언약
요약
창세기 15장은 아브람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자리에 놓입니다. 앞 장에서 아브람은 네 왕과 싸워 조카 롯을 구해 내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전투의 흥분이 가라앉자 그는 오히려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JFB·풀핏] 헨리는 이 장을 하나님과 아브람 사이에 이루어진 언약의 엄숙한 협상이라고 부릅니다. 앞 장에서 그가 왕들과 함께 들판에 있었다면, 여기서는 하나님과 함께 산 위에 있는 셈입니다.[헨리] 하나님은 두 가지를 약속하십니다. 별처럼 많은 자손(2~6절)과, 유업으로 주실 가나안 땅(7~21절)입니다.[헨리] 그리고 이 장의 한가운데에는 한 문장이 박혀 있습니다.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것을 그에게 의로 여기셨다"(6절)라는 선언입니다.
장의 흐름
- 1절 — 하나님의 확증.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방패요 지극히 큰 상급이다."
- 2~6절 — 후손 약속. 자식 없는 아브람의 탄식, 하늘의 별처럼 될 자손, "믿으니 의로 여기셨다."
- 7~11절 — 땅의 약속. 아브람이 표징을 구함, 삼 년 된 짐승을 쪼갬, 솔개를 쫓아냄.
- 12~16절 — 예언. 깊은 잠과 큰 어둠, 사백 년의 나그네살이, 심판과 귀환.
- 17~21절 — 언약 체결. 화로와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감, 땅의 경계와 열 족속.
단락별 해설
1절 — 두려워하지 마라
"이 일들이 있은 뒤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가운데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셨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다."" (창세기 15장 1절)
"이 일들이 있은 뒤에"라는 말은 아브람이 네 왕을 물리치고 조카를 구해 낸 뒤를 가리킵니다.[헨리] 전투의 흥분이 가라앉자 그는 도리어 낙담과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JFB] 왕들의 보복이나 주변 이방인의 시기가 두려웠을 것입니다.[풀핏] 위대한 믿음이 있는 곳에도 많은 두려움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헨리] 그래서 하나님은 그를 이름으로 부르시며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하십니다(1절). "나는 너의 방패다"라는 말씀은 지금 함께하며 실제로 지켜 주신다는 뜻입니다.[헨리]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다"라는 말씀은 무언가를 주시는 분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상급이 되신다는 뜻입니다.[헨리·풀핏] 한편 이 말씀을 아브람의 우쭐함을 미리 막으시려는 것으로 읽는 주석도 있습니다.[칼빈] 승리가 그를 자만하게 만들거나 안정된 삶을 탐하게 만들지 않도록 앞질러 붙드셨다는 것입니다.[칼빈]
2~6절 — 별을 세어 보아라
"여호와께서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말씀하셨다. "이제 하늘을 우러러보아라. 별들을 셀 수 있거든 세어 보아라." 그리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자손이 이와 같이 될 것이다."" (창세기 15장 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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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것을 그에게 의로 여기셨다." (창세기 15장 6절)
아브람의 대답은 탄식이었습니다. 자식이 없고, 낳을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 종이 상속자가 될 처지였습니다.[헨리] 그런데 첫 번째 탄식(2절)에는 하나님이 답하지 않으십니다.[헨리] 약간의 조급함이 담겼기 때문입니다.[헨리·JFB] 그가 더 차분히 다시 아뢸 때(3절) 비로소 은혜롭게 응답하십니다.[헨리] 겸손히 순종하며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교훈이 여기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별을 세어 보라고 하십니다(5절). 눈으로 직접 별을 보여 주신 것은 약속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하려는 것입니다.[헨리·칼빈·풀핏] 말씀으로 귀를 만지신 뒤 표징으로 눈까지 사로잡으셔서, 눈과 귀가 함께 동의하게 하신 것입니다.[칼빈] 그리고 이 장의 심장이 뛰는 6절이 옵니다. 아브람은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습니다.[공통] 이것은 신약이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다"라고 가르치는 근본 본문입니다.[헨리·칼빈·풀핏] 아브람이 아직 할례를 받기도 전이었다는 사실이 특히 중요합니다.[헨리] '의로 여기셨다'는 그가 원래 흠 없는 사람이었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를 의인의 자리에 받아들이셨다는 뜻입니다.[칼빈·풀핏]
7~11절 — 표징을 구하다
"아브람이 말했다. "주 여호와여, 제가 이 땅을 차지하게 될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창세기 15장 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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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삼 년 된 암송아지와 삼 년 된 암염소와 삼 년 된 숫양과 산비둘기와 어린 집비둘기를 내게 가져오너라."" (창세기 15장 9절)
이어 하나님은 땅을 약속하시고, 아브람은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8절). 이 질문은 불신앙이 아니라 오히려 믿음의 증거입니다.[공통] 악인은 약속을 아예 밀어내지만, 경건한 사람은 믿음을 더 굳게 붙들려고 확인을 구합니다.[칼빈] 흥미롭게도 아브람은 자식 문제에서는 탄식했지만 땅 문제에서는 탄식하지 않습니다.[헨리] 하나님은 삼 년 된 짐승을 가져오라고 하십니다(9절). 삼 년 된 짐승은 다 자라 완전한 힘을 갖춘 나이입니다.[헨리·풀핏] 하나님께는 가장 좋은 것으로 드려야 한다는 뜻입니다.[헨리] 아브람이 짐승을 쪼개 놓자 솔개들이 사체 위로 내려오고, 그는 그것들을 쫓아냅니다(10절, 11절). 허황된 생각들이 솔개처럼 우리의 기도 위에 내려앉을 때 그것들을 쫓아야 한다고 옛 주석은 말합니다.[헨리] 하나님께 바쳐진 뒤에도 사탄과 세상의 괴롭힘이 그치지 않으니 끝까지 물리쳐야 한다고 보는 주석도 있습니다.[칼빈]
12~16절 — 깊은 잠과 사백 년
"해가 질 무렵 깊은 잠이 아브람에게 임하더니, 무서운 공포와 큰 어둠이 그를 덮쳤다." (창세기 15장 12절)
해가 질 무렵 아브람에게 깊은 잠이 임합니다(12절). 이것은 보통의 졸음이 아니라 아담에게 임했던 것과 같은 신비한 잠입니다.[헨리] 몸의 문이 잠겨 영혼이 홀로 고요히 움직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헨리] 무서운 공포와 큰 어둠에도 세 가지 뜻이 있었습니다. 아브람에게 거룩한 경외심을 주고, 후손이 겪을 이집트의 어둠을 미리 보이시며, 구약 시대의 성격을 나타내려는 것입니다.[헨리] 하나님은 자손이 사백 년 동안 낯선 땅에서 나그네로 고난받을 것을 미리 알려 주십니다(13절). 최악이 닥치기 전에 놀라지 않도록 미리 말씀하신 것입니다.[헨리] 아직 아모리 사람의 죄악이 가득 차지 않아 4대 만에 돌아오게 하신다는 말씀은(16절), 하나님이 심판을 서두르지 않고 오래 참으신다는 뜻입니다.[칼빈] 사백 년을 어느 시점부터 세느냐는 주석마다 갈립니다. 신탁이 주어진 때부터라야 출애굽의 430년과 맞는다고 보는 주석이 있고, 여러 학설을 소개하며 결론을 유보하는 주석도 있습니다.[칼빈·풀핏]
17~21절 — 화로와 횃불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보라, 연기 나는 화로와 타오르는 횃불이 그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갔다." (창세기 15장 17절)
드디어 어두워지자 연기 나는 화로와 타오르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갑니다(17절). 이것은 하나님이 스스로 자신을 매어 언약을 확정하신 사건입니다.[공통] 놀라운 것은 아브람은 그 사이로 지나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JFB] 이 거래에서 의무를 지신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었기 때문입니다.[JFB] 화로의 연기는 앞으로 겪을 고난을, 횃불의 빛은 그 고난 속의 구원과 인도를 나타냅니다.[헨리·풀핏] 하나님은 이집트 강에서 유프라테스 강까지 땅을 주겠다고 하시고, 열 족속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십니다(18절, 19절, 20절, 21절). 열 족속을 다 열거하신 것은 예외 없는 완전함의 인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풀핏] 이렇게 넓게 그려진 땅은 장차 주실 하늘의 유업을 미리 보여 주는 그림이기도 합니다.[헨리]
연결된 말씀
- 로마서 4장 — 아브람이 "믿으니 의로 여기셨다"(6절)를 믿음으로 의롭다 함의 근본 근거로 그대로 가져오는 말씀입니다.[헨리·칼빈·풀핏]
- 갈라디아서 3장 —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는 증거로 6절을 인용합니다.[헨리]
- 요한복음 8장 — 아브람이 믿은 대상을 약속하신 그리스도로 보아, 그분의 날을 보고 기뻐했다는 말씀과 잇습니다.[헨리]
- 로마서 12장 — 압제자를 심판하시겠다는 약속(14절)을, 복수를 하나님께 맡기라는 말씀과 연결합니다.[칼빈]
- 출애굽기 12장 — 사백 년의 종살이 예고(13절)가 출애굽의 430년과 맞물린다고 봅니다.[칼빈]
마무리
창세기 15장은 아브람이 아무 공로 없이 오직 하나님을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고 선언합니다.[공통] 그리고 하나님은 스스로 쪼갠 고기 사이를 지나시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자신을 매신 분입니다.[헨리]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진로가 어디로 향할지 아무 증거도 손에 없는 날이 있습니다. 아브람도 자식 하나 없이 캄캄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셀 수 없는 별을 눈에 담고 하나님의 말씀 위에 자신을 걸었습니다. 그가 붙든 것은 손에 쥔 증거가 아니라 약속하신 분이었습니다. 나는 눈앞의 증거만 세고 있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하나님의 말씀 위에 나를 세우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