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50장 — 요셉의 용서와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
요약
창세기 50장은 성경 첫 책의 마지막 장입니다. 아브라함에서 시작해 이삭과 야곱을 거쳐 온 이야기가 요셉의 손에서 마무리됩니다. 이 장에는 두 번의 죽음이 담겨 있습니다. 앞부분은 아버지 야곱의 죽음과 성대한 장례이고, 뒷부분은 요셉 자신의 죽음과 유언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 장의 심장이 놓여 있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형들은 옛 죄가 들통날까 두려워하지만, 요셉은 복수 대신 용서를 택하고 하나님께서 악을 선으로 바꾸셨다고 고백합니다. 창세기는 야곱의 가족이 이집트로 내려가는 이야기로 흐르다가, 요셉의 확신에 찬 유언으로 문을 닫고 출애굽기로 이어지는 다리가 됩니다.
장의 흐름
- 1~6절 — 야곱의 죽음, 요셉의 눈물과 입맞춤, 이집트 방식의 방부 처리와 애도, 그리고 바로에게 구한 가나안 매장 허락.
- 7~14절 — 왕의 신하들과 지도자들이 함께한 성대한 장례 행렬, 아닷 타작마당에서의 이레 애곡, 막벨라 굴 매장과 이집트로의 귀환.
- 15~21절 — 아버지 사후 형들의 두려움과 용서 요청, 그리고 "내가 하나님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요셉의 응답.
- 22~26절 — 요셉의 노년과 죽음, 하나님이 반드시 인도하실 것이라는 유언과 뼈에 대한 맹세.
단락별 해설
1~6절 — 아버지를 보내며
"요셉은 자기 아버지의 얼굴에 엎드려 그 위에서 울며 입을 맞추었다." (창세기 50장 1절)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그는 한 사람의 아들로 돌아갑니다. 얼굴에 엎드려 울며 입 맞추는 이 작별은 깊은 효심에서 나온 것입니다(1절).[헨리·칼빈] 떠난 영혼은 이미 눈물과 입맞춤이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활을 기다리는 육신에 존경을 표하는 것은 합당한 일입니다(1절).[헨리] 이어서 요셉은 의원들에게 아버지의 몸을 방부 처리하게 했습니다(2절). 이것은 이집트의 관습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나안까지 옮겨 장사할 먼 여정 때문에 필요한 일이었습니다(2절, 3절).[헨리] 방부 처리에 사십 일, 애도에 칠십 일이 걸렸는데, 이집트 사람들까지 요셉을 존경하여 야곱을 위해 슬피 울었습니다(3절).[헨리·JFB]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나라의 총리인 요셉이 바로에게 직접 나아가지 않고, 측근을 통해 가나안 매장을 청했다는 점입니다(4절). 이를 두고 상중이라 왕 앞에 나설 수 없었던 예의와 겸손으로 보는 주석도 있고, 종의 처지에 눌려 믿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못한 아쉬운 태도로 읽는 주석도 있습니다(4절).[헨리·칼빈] 어느 쪽으로 읽든, 바로는 야곱이 시킨 맹세 그대로 장사하도록 허락했습니다(6절). 자신은 그런 맹세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남의 맹세를 존중한 것입니다(6절).[칼빈]
7~14절 — 성대한 장례 행렬
"그들이 요단강 건너편에 있는 아닷 타작마당에 이르러, 거기서 크고 비통한 통곡으로 애곡하니, 요셉이 자기 아버지를 위하여 이레 동안 애도하였다." (창세기 50장 10절)
장례 행렬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바로의 신하들과 이집트의 장로들, 병거와 기마병까지 동행하여 그 행렬이 심히 컸습니다(7절, 9절). 성경은 유다 왕들의 장례조차 짧게 기록하는데, 야곱의 장례는 이토록 상세히 적습니다. 그만큼 하나님이 야곱에게 기대 이상으로 잘해 주셨다는 뜻입니다(7~9절).[헨리] 한때 이집트 사람들은 히브리 사람과 함께 식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나라의 지도자들이 히브리 노인의 관을 호위합니다. 요셉을 향한 감사가 한 민족을 향한 인식까지 바꾼 것입니다(7~9절).[헨리]
아닷 타작마당에서는 이레 동안 애곡이 이어졌습니다(10절). 이 이레의 애곡을 두고, 형편에 맞는 정성스러운 장례로 높이 사는 주석도 있고, 지나친 슬픔은 절제되어야 한다며 아쉬워하는 주석도 있습니다(10절).[헨리·칼빈] 가나안 사람들은 이 큰 슬픔을 보고 그곳을 "아벨미스라임", 곧 이집트 사람들의 애도라 불렀습니다(11절). 야곱의 아들들은 아버지가 명한 그대로, 그를 막벨라 밭의 굴에 장사했습니다(12절, 13절). 그 굴은 오래전 아브라함이 사 둔 가족의 매장지였습니다(13절). 장례를 마친 뒤 요셉 일행은 다시 이집트로 돌아왔습니다(14절). 아직은 가나안에 자유로이 머물 때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이미 오래전에 알려 주신 계획을 그들은 신실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14절).[칼빈]
15~21절 — 두려움과 용서
"요셉의 형제들은 자기들의 아버지가 죽은 것을 보고 말하였다. "요셉이 혹시 우리를 미워하여, 우리가 그에게 행한 모든 악을 다 갚으려 할지도 모른다."" (창세기 50장 15절)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잠잠하던 두려움이, 야곱이 세상을 떠나자 형들의 마음에 되살아났습니다(15절). 사실 요셉은 이미 오래전에 형들을 용서했습니다. 그런데도 형들은 떨었습니다. 죄책감이 있는 양심은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데도 스스로 두려움을 만들어 냅니다(15절).[헨리·칼빈] 옛 주석가는 "악인은 쫓는 자가 없어도 도망간다"라는 잠언의 말을 여기에 겹쳐 읽습니다.[칼빈] 형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기준으로 요셉을 넘겨짚었습니다. 요셉의 따뜻함을 하나님의 은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같으면 복수했을 것이라 지레짐작한 것입니다(15절).[칼빈]
형들은 대리인을 보내 아버지의 유언을 전하고, 이어서 직접 요셉 앞에 엎드려 "우리는 당신의 종입니다"라고 빌었습니다(16절, 17절, 18절). 요셉은 그 말을 들으며 울었습니다(17절). 그리고 형들에게 이렇게 답합니다.
"여러분은 나를 해치려고 악을 꾀하였으나,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셔서, 오늘과 같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이루셨습니다." (창세기 50장 20절)
"내가 하나님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19절)라는 말은 복수를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는 겸손입니다. 보복은 내 몫이 아니라는 고백입니다(19절).[헨리·칼빈·풀핏] 여기서 요셉은 놀라운 진실을 봅니다. 자신이 팔려 간 사건에는 형들의 악한 뜻과 하나님의 감춰진 계획이 함께 있었습니다. 형들이 나쁜 뜻으로 한 일을 하나님은 많은 생명을 살리는 선으로 바꾸셨습니다(20절).[칼빈] 사람이 아무리 정반대를 꾀해도, 하나님의 계획은 반드시 섭니다(20절).[헨리] 다만 이것이 선한 결과를 위해 악을 행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이 악을 다스리신다는 것과, 사람이 악을 행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20절).[풀핏] 요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형들과 그 어린 자녀들까지 먹여 살리겠다고 약속하며 따뜻한 말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21절).
22~26절 — 요셉의 유언
"요셉이 자기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죽지만, 하나님께서 반드시 여러분을 돌보시고, 이 땅에서 여러분을 인도하여 내시어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그 땅으로 데려가실 것입니다."" (창세기 50장 24절)
요셉은 백십 년을 살며 에브라임의 자손을 삼 대까지 보았습니다(22절, 23절). 최고의 권력을 누리면서도 그의 마음은 하나님 나라의 약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상의 존귀함이 그를 하나님에게서 떼어 놓지 못한 것입니다(22절).[칼빈] 죽음을 앞두고 요셉이 남긴 말은 자신의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돌보시고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확신입니다(24절).
그는 형제들에게 맹세하게 하며, 하나님이 인도하실 그날 자기 뼈를 메고 올라가라고 했습니다(25절). 지금 눈앞에는 이집트의 번영뿐이지만, 요셉은 아직 오지 않은 가나안을 믿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 뼈에 대한 명령은 훗날 성경이 요셉의 믿음을 이야기할 때 그대로 기억됩니다(25절).[헨리·JFB·풀핏] 그렇게 요셉은 백십 세에 죽었고, 사람들은 그를 방부 처리하여 관에 넣어 두었습니다(26절). 창세기는 관 속에 놓인 한 사람의 뼈로 끝나지만, 그 관은 언젠가 약속의 땅을 향해 열릴 것이었습니다.
연결된 말씀
- 창세기 15장 —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그 후손이 타국에 머물다 돌아오리라 미리 알려 주신 언약. 요셉 일행이 가나안에 머물지 않고 이집트로 돌아간(14절) 이유를 밝혀 줍니다.
- 창세기 43장 — 이집트 사람들이 히브리 사람과 겸상하지 않던 시절의 기록. 나라의 지도자들이 야곱의 관을 호위한 변화(7~9절)와 뚜렷이 대비됩니다.
- 잠언 28장 — "악인은 쫓는 자가 없어도 도망간다"라는 말씀. 형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두려움(15절)을 설명하는 본문입니다.
- 이사야 10장 — 사람은 악을 꾀해도 하나님의 계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씀. 20절 섭리의 신학을 뒷받침합니다.
- 마태복음 8장 —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라는 예수님의 말씀. 장례 허락(6절)과 견주어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의 긴박함을 보여 줍니다.
- 히브리서 11장 — 요셉이 임종 때 뼈에 대해 명령한 것을 믿음의 본보기로 든 말씀. 24~26절 유언의 뜻을 밝혀 줍니다.
- 여호수아 24장 — 요셉의 뼈가 마침내 약속의 땅 세겜에 안장되었다는 기록. 25절 맹세가 이루어진 결말입니다.
마무리
창세기 50장은 용서의 장이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신뢰하는 장입니다. 요셉은 자신을 팔아넘긴 형들을 향해 복수의 칼을 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아픈 과거조차 하나님이 선으로 바꾸셨음을 보았고, 그래서 형들을 용서하고 먹여 살렸습니다.[칼빈] 살다 보면 나를 오해하고 상처 준 사람을 다시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친구의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가시로 남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요셉의 이야기는 나에게 묻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그 일 뒤에서도 하나님이 선한 계획을 이루고 계신다면, 나는 복수 대신 용서를 택할 수 있을까요. 요셉은 눈앞의 번영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약속을 붙들고 눈을 감았습니다.[칼빈] 나는 지금 내 실력과 형편만 바라보고 있나요, 아니면 요셉처럼 하나님이 반드시 이루실 약속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