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1장 — 하늘에 닿으려던 탑
요약
창세기 11장은 노아의 홍수 이후를 이어 갑니다. 방주에서 나온 노아의 후손들이 온 땅으로 퍼져 가던 시대입니다. 이 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부분은 바벨에서 사람들이 흩어진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셈에서 아브라함까지 이어지는 족보입니다.[헨리] 앞 이야기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성읍과 탑을 쌓아 자기 이름을 떨치고 흩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언어를 뒤섞어 온 땅에 흩으셨습니다. 겉으로는 하늘에 닿으려는 탑 쌓기였지만, 속으로는 하나님이 명하신 흩어짐을 거스르는 교만이었습니다.[공통] 뒤 족보는 그 흩어진 세상 한가운데서 하나님이 한 사람, 아브라함을 향해 이야기를 좁혀 오시는 길을 보여 줍니다.[헨리]
장의 흐름
- 1~4절 — 시날 평야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벽돌과 역청으로 성읍과 탑을 쌓아 이름을 내려 합니다.
- 5~9절 — 여호와께서 내려오사 살피시고 언어를 뒤섞어 흩으시니, 그곳 이름이 바벨이 됩니다.
- 10~26절 — 셈에서 데라까지 열 대에 이르는 족보가 담담하게 이어집니다.
- 27~32절 — 데라의 가족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가다가 하란에 머무는 이야기입니다.
단락별 해설
1~4절 — 이름을 내려던 사람들
또 그들이 말하였다. "자, 우리를 위하여 성읍과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고, 우리의 이름을 떨치자. 그래야 우리가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창세기 11장 4절)
온 땅이 하나의 언어를 쓰던 때였습니다(1절). 노아의 후손들은 함께 머물기를 원했고, 멀리 흩어지기를 꺼렸습니다.[헨리·JFB] 그들에게는 두 가지 유리한 조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모두가 알아듣는 하나의 언어였고, 다른 하나는 정착하기에 넉넉하고 비옥한 시날의 평야였습니다.[헨리] 그런데 이 좋은 조건이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힘이 되었습니다.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그들은 흩어지지 않으려고 마음을 모았습니다.[JFB]
그 지역에는 돌도 회반죽도 없었습니다(3절). 그러나 결심이 굳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들은 돌 대신 벽돌을 굽고, 모르타르 대신 역청을 썼습니다(3절).[헨리·JFB·칼빈·풀핏] 재료가 없다는 사실조차 그들을 멈추게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옛 주석가는 이것이 그들의 죄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보여 준다고 말합니다.[풀핏]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부추겼습니다. "자, 벽돌을 만들자", "자, 성읍을 세우자" 하고 격려한 것입니다(3절, 4절). 죄인이 서로 악을 부추기는 장면입니다.[헨리] 우리는 반대로 서로 사랑과 선한 일을 격려해야 합니다.[헨리]
탑을 쌓은 목적은 셋이었습니다.[헨리] 첫째는 하늘에 닿으려는 도전이었고, 둘째는 자기 이름을 떨치는 것이었으며, 셋째는 흩어짐을 막는 것이었습니다(4절).[헨리] 그러나 "이름을 내자"던 그 목적조차 실패했습니다. 정작 이 건축자들의 이름은 역사에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헨리·풀핏] 사실 성읍과 탑을 세우는 일 자체가 죄는 아니었습니다.[JFB] 문제는 그것으로 하나님이 정하신 흩어짐을 막아 하늘의 뜻을 꺾으려 한 마음이었습니다.[JFB] 칼빈은 이 탑이 다시 올 홍수에 대비한 피난처였다는 추측을 단호히 물리칩니다.[칼빈] 모세의 기록이 가리키는 것은 오직 그들의 미친 야망과 하나님을 향한 교만한 경멸뿐이라는 것입니다.[칼빈] 이름을 떨치려는 마음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SNS에 더 멋진 모습을 올려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벨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도 남지 않은 것처럼, 하나님을 밀어내고 세운 이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헨리·풀핏]
5~9절 — 내려와 살피시고 흩으신 하나님
자, 우리가 내려가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뒤섞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창세기 11장 7절)
"여호와께서 내려오사" 그 성읍과 탑을 보셨습니다(5절). 하나님이 정말 하늘에서 땅으로 자리를 옮기셨다는 뜻은 아닙니다.[칼빈·풀핏] 이것은 사람이 알아듣기 쉽게 쓴 표현입니다. 심판에 앞서 충분히 살피시는 공정하심을 보여 주는 말입니다.[헨리] 풀핏은 옛 랍비의 말을 빌려 이 장면을 이렇게 그립니다. 사람은 "건축하여 하늘에 오르자" 하고, 하나님은 "내려가 그 불경한 생각을 무너뜨리자" 하신다는 것입니다.[풀핏]
이어서 하나님이 "우리가 내려가자"라고 말씀하십니다(7절). 이 복수형은 천사에게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헨리·칼빈] 사람을 지으실 때 "우리가 만들자"고 하신 창세기 1장 26절과 같은 방식입니다.[헨리·칼빈·풀핏] 칼빈은 여기서 한 분 하나님 안에 삼위가 계심을 봅니다.[칼빈] 형벌의 방법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언어를 뒤섞으시자, 사람들은 곧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7절).[칼빈]
그리하여 하나님은 그들을 온 땅에 흩으셨고, 성읍 세우는 일은 멈추었습니다(8절). 그곳 이름은 바벨이 되었습니다(9절). "바벨"은 "혼잡하게 하다"는 히브리말에서 온 이름입니다.[풀핏] 사람들은 이름을 떨치려 했지만, 정작 남은 이름은 "혼잡"이라는 부끄러운 낙인이었습니다.[칼빈] 그런데 이 흩으심은 심판이면서 동시에 자비였습니다.[공통] 하나님은 그들을 단번에 멸하지 않으시고 흩는 데서 그치셨습니다.[헨리] 훗날 오순절에 성령이 여러 방언으로 말하게 하신 기적은, 이 흩어짐과 정반대로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모으는 일이었습니다.[헨리·칼빈·풀핏]
10~26절 — 셈에서 아브라함으로 좁혀지는 족보
셈의 계보는 이러하다. 셈은 백 살에, 홍수가 그친 지 이 년 후에 아르박삿을 낳았다. (창세기 11장 10절)
바벨 이야기 뒤에 갑자기 이름과 나이의 목록이 이어집니다(10절). 셈에서 시작해 아르박삿과 셀라와 에벨을 거쳐 데라까지, 열 대에 이르는 족보입니다(10절, 26절). JFB는 이 족보 구간을 따로 주석하지 않을 만큼, 이 부분은 담담한 기록입니다.[JFB] 그러나 이 목록에는 큰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족보는 아브라함으로 이어지며, 창세기 5장과 마태복음 1장을 합치면 아담부터 그리스도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족보가 됩니다.[헨리·풀핏]
칼빈은 하나님이 왜 하필 셈의 족보를 남기셨는지를 묻습니다.[칼빈] 셈 가문이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셈의 자손 가운데 상당수가 참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겼습니다.[칼빈]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 가운데 소수를 택하여 보존하셨습니다.[칼빈] 그저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선택 때문이었습니다.[칼빈]
나이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홍수 이후 사람들의 수명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10절~26절). 이것은 자연이 저절로 늙어 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로 보아야 합니다.[헨리] 그중 에벨은 홍수 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았습니다.[헨리] 헨리는 이것이 아마도 그의 경건함에 대한 보상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헨리]
27~32절 — 하란까지는 갔지만
데라는 자기 아들 아브람과, 하란의 아들 곧 자기 손자인 롯과, 자기 며느리 곧 아들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갈대아 우르를 떠났다. 그러나 그들은 하란에 이르러 그곳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창세기 11장 31절)
이제 초점이 데라의 가족으로 좁혀집니다(27절). 데라에게는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 세 아들이 있었습니다(27절). 아브람의 이름이 맨 먼저 나오지만, 그가 맏아들은 아니었습니다.[헨리·칼빈·풀핏] 데라가 205세에 죽었고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75세였던 것을 맞추어 보면, 아브람은 데라의 130년째 해에 태어났습니다.[헨리·칼빈·풀핏] 아브람이 먼저 기록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영적인 무게 때문이었습니다.[풀핏]
세 아들 가운데 하란은 아버지보다 먼저 죽었습니다(28절). 죽음은 나이 순서를 따르지 않습니다.[헨리]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었습니다(30절). 성경이 이 사실을 미리 밝혀 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칼빈] 훗날 사래가 이삭을 낳은 것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이었는지를 보이기 위함이었습니다.[칼빈]
데라는 가족을 데리고 가나안으로 가려고 갈대아 우르를 떠났습니다(31절). 우르는 우상을 숭배하던 도시였습니다.[JFB] 그런데 그들은 가나안까지 가지 못하고 하란에 이르러 그곳에 머물렀습니다(31절). 데라는 결국 하란에서 205세로 죽었습니다(32절). 헨리는 이 장면에서 무겁게 경고합니다.[헨리] "많은 사람이 하란까지는 가지만 가나안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헨리] 하나님의 나라에서 멀지 않은 자리까지 왔으나, 끝내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다.[헨리]
연결된 말씀
- 창세기 1장 26절 — "우리가 내려가자"(7절)라는 말이 사람을 지으실 때의 "우리가 만들자"와 같은 방식이라고 여러 주석이 연결합니다.
- 창세기 9장 1절 —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 바벨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으려 한 것(4절)이 바로 이 명령에 대한 저항입니다.
- 사도행전 2장 — 오순절 방언의 은사. 바벨의 흩어짐(9절)과 정반대로,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모으는 기적으로 여러 주석이 짝지어 읽습니다.
- 창세기 5장 — 아담부터 셈까지의 족보. 이 장의 족보(10절)와 합쳐 완전한 족보의 뼈대를 이룹니다.
- 마태복음 1장 — 아담부터 그리스도까지의 족보 완성. 이 장의 족보가 결국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보여 줍니다.
- 여호수아 24장 2절 — 데라와 조상들이 우상을 섬겼다는 증언. 갈대아 우르(28절)의 우상 숭배를 뒷받침합니다.
마무리
창세기 11장은 두 가지 길을 나란히 보여 줍니다. 하나는 하나님을 밀어내고 자기 이름을 떨치려다 흩어진 바벨 사람들의 길입니다.[공통] 다른 하나는 그 흩어진 세상 속에서도 한 사람을 택해 이어 가시는 하나님의 조용한 선택의 길입니다.[칼빈] 바벨 사람들은 하늘에 닿는 탑으로 이름을 남기려 했지만, 그들의 이름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헨리·풀핏] 오늘도 더 높이 올라 눈에 띄고 싶은 마음, 무리를 따라 함께 휩쓸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높이 쌓은 탑이 아니라 자신이 택하신 사람을 통해 일하십니다.[칼빈] 데라처럼 하란까지 갔다가 멈추어 서는 사람도 있습니다.[헨리] 나는 지금 어느 길 위에 서 있나요? 나는 내 이름을 떨치려고 애쓰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하나님이 부르신 자리를 향해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