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2장 — 떠나라, 그리고 복이 되어라
요약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는 창조와 타락, 홍수와 바벨탑처럼 온 인류의 이야기였습니다. 앞 장에서는 아브람의 족보를 다뤘고, 이제부터는 아브람과 그의 후손이 성경 역사의 거의 전적인 주제가 됩니다.[헨리] 12장에서 하나님은 우상숭배에 물든 고향에 살던 아브람을 값없는 은혜로 불러내십니다.[칼빈] 하나님은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명하시며 여섯 겹의 큰 약속을 주십니다. 아브람은 일흔다섯 살에 즉시 순종하여 가나안에 이르고, 머무는 곳마다 제단을 쌓아 여호와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러나 심한 기근이 닥치자 이집트로 내려가고, 아내 사래를 누이라고 속이는 잘못을 범합니다. 아브람이 흔들린 그 순간, 하나님이 직접 개입하셔서 사래를 지키시고 그들을 다시 이끌어 내십니다.
장의 흐름
- 1~3절 — 고향을 떠나라는 부르심과, 큰 민족·복·이름·복의 근원을 담은 여섯 겹의 약속.
- 4~5절 — 일흔다섯 살의 아브람이 아내와 조카와 재산과 사람들을 데리고 즉각 출발해 가나안에 도착.
- 6~9절 — 세겜과 벧엘 동쪽 산에서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네게브로 이동.
- 10~13절 — 기근으로 이집트로 내려가는 길에 사래에게 "내 누이라고 말해 달라" 요청.
- 14~20절 — 사래가 파라오의 궁에 들어가고, 하나님이 파라오 집에 재앙을 내리셔서 두 사람이 이집트에서 나옴.
단락별 해설
1~3절 — 떠나라, 그리고 복이 되어라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고향과 친척과 네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내가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네게 복을 주며, 네 이름을 크게 하겠다. 너는 복이 될 것이다. 너를 축복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복을 주고, 너를 저주하는 사람은 내가 저주하겠다.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받을 것이다."" (창세기 12장 1~3절)
이 부르심은 아브람이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 집을 과연 사랑하는지,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하나님을 따를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었습니다(1절).[헨리] 그의 고향은 우상숭배에 물들어 있었기에, "떠나라"는 명령은 즉시, 서둘러, 뒤돌아보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헨리] 나라와 친족과 아버지 집이라는 세 겹 표현은 불필요해 보이지만, 고향 땅의 달콤함이 거의 모든 사람을 묶어두기에 하나님이 아브람의 마음을 완전히 파고들기 위해 힘껏 지속하신 것입니다(1절).[칼빈] 게다가 하나님은 "내가 네게 줄 땅"이 아니라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이라고만 하셨습니다(1절).[헨리] 구체적인 보장 하나 없이,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막연한 믿음으로 따라야 했습니다.[헨리] 그런데도 아브람이 부름받은 것은 어떤 공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우상숭배의 더러움에 빠져 있었으니, 이 부르심은 하나님의 값없는 은혜의 신호적 사례였습니다.[칼빈]
하나님이 주신 약속은 여섯 겹이었습니다(2절, 3절).[헨리] 큰 민족이 되게 하시고, 복을 주시고, 이름을 크게 하시고, 복이 되게 하시고, 축복하는 자에게 복을 저주하는 자에게 저주를 내리시고, 마지막으로 땅의 모든 족속이 그로 말미암아 복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헨리] 이 여섯째가 모든 약속의 면류관이며, 아브람의 후손에게서 오실 그리스도, 곧 메시아를 가리킵니다.[공통] "너는 복이 될 것이다"라는 말의 가장 좋은 해석은, 아브람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복이 흘러나가는 원천이 된다는 뜻입니다(2절).[풀핏] 익숙한 자리를 떠나는 일은 늘 두렵습니다. 전학을 가거나 낯선 반에 처음 들어설 때, 우리는 안전한 옛 자리를 붙들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은 나를 붙잡아 두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복이 흘러가게 하시려는 초대입니다.
4~5절 — 일흔다섯에 시작한 순종
"그리하여 아브람은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대로 떠났고, 롯도 그와 함께 갔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는 일흔다섯 살이었다." (창세기 12장 4절)
아브람의 순종은 즉각적이고 지체가 없었습니다(4절).[헨리] 그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나, 누구를 따르며 누구의 인도 아래 가는지는 분명히 알았습니다.[헨리] 일흔다섯이라는 나이는 오히려 안식과 정착이 필요한 때였습니다(4절).[헨리] 그런데도 아브람은 하나님이 노년에 새로 시작하라 하시자 순복했습니다.[헨리] 함께 간 아내와 조카는 강요가 아니라 설득으로 동행했고, "하란에서 얻은 사람들"은 종들과, 참 하나님을 섬기도록 설득해 얻은 개종자들을 뜻합니다(5절).[헨리·칼빈] 마침내 그는 안전하게 가나안 땅에 이르렀고, 그렇게 첫 번째 약속이 이루어졌습니다(5절).[JFB]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이미 늦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는 나이도 상황도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6~9절 — 머무는 곳마다 제단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말씀하셨다. "내가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주겠다." 아브람은 그곳에 자기에게 나타나신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다." (창세기 12장 7절)
가나안에 도착했으나 아브람은 아무 주목도 받지 못했습니다(6절).[헨리] 그 땅은 이미 가나안 사람이 점유하고 있었고, 아브람에게는 정착지가 없어 계속 이동해야 했습니다.[헨리] 하나님이 그의 보호자가 되겠다고 약속하셨는데 발 들여놓을 구석조차 없다는 것은, 그의 믿음을 다시 시험한 것이었습니다(6절).[칼빈] 그러나 가나안 사람들과의 교제에서 만족을 얻지 못할 때, 아브람은 하나님과의 교제, 곧 말씀과 기도와 제단에서 풍성한 기쁨을 누렸습니다.[헨리] 하나님이 주시는 위안도 은혜가 자라듯 함께 자랐습니다.[헨리] 전에는 땅을 "보여 주겠다"고만 하셨는데, 이제는 "네 후손에게 주겠다"고 하십니다(7절).[헨리] 제단을 쌓은 것은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참 하나님의 예배를 확립하는 경건한 행위였고(7절), 여호와의 이름을 부른 것은 예배하며 기도하고 감사드린다는 뜻입니다(8절).[JFB·칼빈] 성경은 아브람과 족장들이 제단을 쌓았다고 자주 말하지만, 자신들을 위한 집을 지었다고는 결코 말하지 않습니다.[공통] 친구들 사이에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날에도, 하나님과 나 사이의 자리만은 아무도 갈라놓지 못합니다.
10~13절 — 기근, 그리고 흔들린 믿음
"그러니 당신은 내 누이라고 말해 주시오. 그래야 당신 덕분에 내가 잘 되고, 당신으로 인하여 내 목숨이 살아남을 것이오." (창세기 12장 13절)
가나안의 심한 기근은 아브람을 이끄신 하나님과 약속의 땅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 시험했습니다(10절).[헨리] 이집트로 내려간 것 자체는 하나님이 마련하신 수단을 사용한 것이었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오히려 칭찬할 만했습니다.[헨리·JFB] 그러나 아브람은 여기서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13절).[헨리] 그는 사래와의 관계를 애매하게 말해 아내와 이집트인들을 모두 죄에 노출시켰습니다.[헨리] 하나님이 두 번이나 나타나셨음에도 불신앙으로 넘어진 것이었으니, 백향목이 이처럼 흔들리면 갈대들은 어찌 되겠습니까.[헨리] 다만 그 목적은 옳았으나 방법 자체에서 오류를 범했다고 보는 주석도 있습니다. 아브람은 생명을 보존하려는 염려를 하나님께 맡겼어야 했다는 것입니다(11절).[칼빈] 두려움이 밀려오면 우리도 정직 대신 작은 편법에 손이 갑니다. 시험 점수를 감추거나, 곤란한 질문 앞에서 반쪽짜리 대답으로 위기를 넘기려 합니다. 그러나 믿음이 강한 사람도 두려움 앞에서 흔들릴 수 있음을, 이 장면은 정직하게 보여 줍니다.
14~20절 — 하나님이 개입하시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일로 파라오와 그의 집안에 큰 재앙을 내리셨다." (창세기 12장 17절)
파라오의 신하들이 칭찬한 것은 사래의 덕성이나 경건이 아니라 아름다움뿐이었습니다(15절).[헨리] 사래가 위험에 처한 동안 아브람은 오히려 가축을 얻는 이득을 보았으나, 이는 하나님이 악에서 선을 이끌어 내신 것이었습니다(16절).[헨리]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이 손을 개입시키셨습니다. 모세가 "아브람의 아내 사래 때문에" 왕의 집이 재앙을 받았다고 명백히 선언한 데서 모든 의심이 사라지니, 하나님이 제때 사래가 능욕당하지 않도록 지키신 것입니다(17절).[칼빈] 파라오의 꾸짖음은 차분했지만 매우 타당했고, 그의 내쫓음은 도리어 친절하고 관대했습니다(18절).[헨리] 처음부터 진실을 말했더라면 아브람의 명예와 위안에 훨씬 좋았을 것이니, 정직이 최선의 정책입니다.[헨리] 놀랍게도 이 사건은 훗날의 그림자였습니다. 아브람이 기근으로 이집트에 들어간 지 사백삼십 년이 지나 그의 후손들도 기근으로 이집트에 내려갔고, 파라오에게 큰 재앙이 임함으로써 나온 것도 똑같았습니다.[헨리]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돌봄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동일합니다.[헨리]
연결된 말씀
- 사도행전 7장 2절 — 스데반이 "영광의 하나님"이 갈대아 우르에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셨다고 전한 연설로, 이 장 1절 부르심의 처음 정황을 조명하는 본문입니다.
- 히브리서 11장 8절 — 아브람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나아갔다"고 그의 믿음을 증언하는 말씀으로, 4절의 즉각적인 순종을 가리킵니다.
- 히브리서 11장 15절 — 족장이 하란이나 우르로 돌아가지 않은 것을 믿음의 표본으로 든 말씀으로, 10절의 이집트행을 함께 읽게 합니다.
- 갈라디아서 3장 — 땅의 모든 족속이 아브람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는다는 3절 약속이 그리스도를 가리킴을 밝히는 말씀입니다.
- 시편 105편 13절, 15절 — 하나님이 아브람을 해치려는 손에서 지키셨음을 노래한 시로, 17절 하나님의 개입과 이어집니다.
마무리
창세기 12장은 하나님이 값없는 은혜로 한 사람을 불러내시고, 그를 통해 온 세상에 복이 흘러가게 하시는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아브람은 익숙한 모든 것을 떠나 순종했고, 머무는 곳마다 제단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근 앞에서 흔들려 아내를 누이라 속였고, 그 순간에도 그를 붙든 것은 자신의 강한 믿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개입이었습니다.[칼빈] 나에게도 안전한 자리를 떠나 낯선 곳으로 나서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두려움에 편법을 붙들 수도 있고,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누구를 따르는지 알기에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흔들리는 날에도 하나님은 나를 붙드시는 분입니다. 나는 익숙한 것을 떠나서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르는 사람인가요? 그리고 나를 통해 누군가에게 복이 흘러가기를 바라는 사람인가요?
참고한 주석: [헨리] [JFB] [칼빈] [풀핏]